2009년 6월 12일 금요일

후흑열전


10년전 정도 된 듯 하다..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은, 내가 다니던 직장의 부서장이셨던 신차장님이 이야기를 하셔서 였던 듯 하다..

 

후흑열전..

그리 두꺼운 책이 아니다..

 

이 책의 저자 이종오는 자신의 글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글을 익혀 책을 읽기 시작할 무렵부터 영웅 호걸이 되고 싶은 마음에 사서오경을 다 뒤져 보았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중략)..그러나 나는 옛 영웅 호걸들에게는 틀림없이 영웅이 될 수 있었던 비밀이 있는데, 다만 우리들이 우둔하여 그것을 찾아 내지 못할 뿐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식음을 전폐하고 심지어 잠자는 것까지 잊어버릴 정도로 그 일에 골몰하였다.

그런데 수 년이 지난 어느날, 문득 삼국 시대의 몇몇 인물들을 떠올리다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쳤다.

"그렇군! 옛날의 영웅 호걸이란 다름 아니라 낯가죽이 두껍고 속마음이 시커먼 자들 뿐이로군."

 

거기에서 이 책의 제목 후흑열전이 나온 듯 싶다..

 

그의 '후흑학'이 나온 것은 1911년도였다고 한다..

언제나 감탄할 뿐이다..





특히 일독을 권하는 부분은 '관직을 구하는 여섯가지 요령','공무원의 여섯가지 지침 사항','일처리의 두 가지 비결'이다..

 

책을 읽지 않고서 평가하기를 즐기는 이들을 위하여 내키지는 않지만, 책을 옮긴 김수연씨의 '책을 펴내며'에서 일부를 인용하자면..

'.. 이종오는 중국 역사의 여러 인물들을 예로 들면서, 그들의 성공과 패배를 결정적으로 좌우한 것은 '두꺼운 얼굴과 시커먼 뱃속'이었다고 말한다.즉 얼굴이 더 두껍고 뱃속이 더 시커먼 자가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식으로 전개되는 후흑의 논리는 사실 후흑이 판치는 현실을 풍자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중략..이종오가 보기에 인간은 본래 자기 중심적인 존재다.그러니 인의도덕보다는 후흑이 인간의 본성이라 볼 수 있다. '바르게 살아라'라는 도덕군자의 설교로는 후흑을 어찌할 수 없다. 아니, 어쩌면 그런 설교 자체가 심오한 후흑의 술수일 수도 있다. 후흑가들은, 자기는 빼고, 남들이 바르게 사는 것을 좋아한다. 대후흑가인 중국의 제왕들이 백성들에게유교만을 권장했던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후흑의 폐혜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모두가 후흑에 능통하는 수밖에 없다. 사방에 온통 낯 두껍고 뱃속이 시커먼 자들뿐이라면 감히 누가 후흑의 술수를 부리려 하겠는가? 서로 어찌할 수가 없으니 마주 바라보며 웃을 수밖에. 그리하여 이종오는 세상의 비난을 무릅쓰고 후흑을 설파하는 교주의 자리에 스스로 등극한 것이다.가히 역설적인 계몽주의의 극치라 아니할 수 없다.. 후략..'

 

어느분이 며칠전에 담화를 발표하셨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떠오른 생각이..

'이분이 후는 이루었으나, 아직 흑에는 이르지 못했구나..'

후흑의 도라 함은, '대통령으로서 꿋꿋하게 대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라는 말씀을 남기신 어느 분정도라 되어야

그나마 도의 한자락을 잡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가끔씩 이 책의 존재를 잊고서 살아가다보면 때로는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생각하도록 만들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원하는 것은, 이 책의 존재를 잊고서도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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