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7일 월요일

8월 15일, 울산전


제게 꼭 우리 대전이 이겨봤으면 하는 팀이 둘이 있는데

 - 하나가 아니고 둘 씩이나.>!!- 그 가운데 첫번째가 성남이고, 그 두번째가 바로 지난 광복절에 경기를 가졌던 울산입니다..

 

이날 대전구단은 특별히 입장하는 어린이들에게 선착순으로 대전 시티즌 티셔츠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하기도 했는데, 이날 경기를 보러 집을 나서는데 거실에 있던 조카 의섭이가, '어? 큰아빠, 축구보러가?' 하길래 '같이갈래?'했더니 '응' .. 같이 있던 동생도 '그럼 의섭이 늦게와야 하는데 괜찮아? 응!' 그래서 뭐 같이 가는 분위기였는데 순간 제게 든 생각이.. '각인효과'라고나 할까요?

 

울 조카의 첫번째 경기관람인데, 그 경기에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팀이라는 우리 대전이 상대팀에게 진다면.. 우리 조카는 두고두고 마음에 상처를 입을테고.. 그런데 마침 오늘 경기는 대전이 한참 많은 관중들의 성원을 받고 있을 무렵 사만관중 앞에서 대전을 무참히 부수어버렸던 울산, 게다가 재작년 플레이오프의 악몽에다가, 최근 4년간 단 한경기도 이겨보지 못한 상대전적.. 음..

 

잠시 고민을 하다가, 울 조카에게는 '오늘 날이 너무 더우니까 다음에 같이가자' 라고 달래놓고는 혼자서 경기를 보러 갔습니다..

 

그리고 대전은 거짓말처럼 4년만에 울산을 상대로 승리했습니다..



경기 자체는 별로 관중들에게 재미가 있을만한 형태로 흘러가는 경기는 아니었습니다만, 기존의 대전이 성남이나 울산에게 지는 경기의 패턴과 다른 방법이었습니다..

예전의 대전은 미들에서 잘게 쪼개어 나가는 패스 플레이를 전개하다가 (지금은 그만한 패스플레이를 전개하지 않습니다만) 잔뜩 웅크려있던 수비에게 공을 잘리는 순간 재빨리 전개되는 공격을 막지 못하고 한골, 그 한골을 만회하기 위해서 공격적으로 나가다가 또다시 패스가 잘려서 역습을 당하고 또 한골.. 이런 형태로 경기를 잃었다면, 이날은 지루할 정도로 골키퍼에게 백패스를 해나가는 플레이도 필요하다면 해가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 옆에서 울산을 응원하던 젊은 친구들은 지루해서 죽으려고 하더군요.. (근데 왜 홈경기인데, 내 옆에는 늘 상대팀 응원하시는 분들만 앉으시는건지..)

 

그러다가 88분이던가요? 코너킥 상황에서의 멋진 잘라먹는 슛, 골인.. 그리고 지키기..

최은성선수의 선방이 빛나던 5분간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며 문득 생각을 했습니다..

조카에게 언제나 세상의 아름다운 면만을 보여주고 싶어하지만, 때로는 세상의 진실을 바라보는 용기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 주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만일 그랬다면, 조카는 오늘의 경기를 바라보는 행운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라고 말입니다..

 

선배들이 어쩔수없이 넘지 못했던 울산의 벽을 넘어선 대전의 모든 선수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성남이 남았군요, 다음 경기는 성남입니다..

다음 성남과의 경기만 이기면 저는 무척 행복할 듯 합니다..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지만, 그래도 시간을 내서 다음 성남과의 원정경기에 가보려고 합니다..

행운이 이어진다면, 그런데 그 시간 그 장소에 만일 제가 없었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듯 해서입니다..

 

다음 성남과의 경기,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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